장 피아제는 아이들의 지능 발달에 관해 매우 영향력 있는 업적을 남긴 스위스 심리학자다.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을 개발한 프로이트, 에릭슨과 달리 피아제는 한 분야에 치중해 아이의 지능 발달에만 관심을 가졌다. 피아제는 아이들이 환경을 어떤 식으로 배우고 이해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아이들이 가진 지식은 내용 면에서 어른과 다를 뿐 아니라 구조 또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피아제의 뛰어난 통찰력 덕분이다. 아이들은 어른만큼 많이 알지 못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알고 있다. 피아제는 지능 발달이 감각 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의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문화나 환경이 인지 발달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피아제가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기본 발상은 특히 교육심리학 분야에서 아직도 상당히 중요성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감각 운동기란 생후 24개월까지를 말하는 것으로 프로이트의 구강기, 에릭슨의 신뢰감 대 불신감 단계와 대략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의 아이는 오로지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세상을 안다. 아이는 촉각이나 시각과 같은 감각적인 경험과 발을 차거나 손으로 잡는 등의 운동 행위를 통해서만 세상을 파악한다. 아이는 눈앞에 물체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면 마음속으로 물체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다. 물체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마음속에서도 사라진다. 어린아이의 눈앞에서 물체를 흔들다가 감추어도 아이는 시야에서 사라진 물체를 찾지 않는다. 아이의 관심은 그다음에 눈앞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생후 8개월 이후가 되면 아기는 시야에서 사라진 물체를 찾는다. 이런 현상은 피아제의 대상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준다.
피아제는 마음속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을 조작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피아제는 이런 지식이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아이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배운다. 피아제가 말하는 조작이란 아이가 마음속으로 어떤 행동을 상상하거나 세상 속에 존재하는 물체를 상상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전조작기는 만 2~7세까지 진행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상징화하는 법을 습득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지 않은 일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마음속으로 사건을 그릴 수 있으며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어도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아이의 지능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아이의 이해력이 아직 많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세 살짜리 아이가 자연법칙을 이해하는 방식은 어른이 자연법칙을 이해하는 방식과 매우 다르다.
피아제는 아이들이 부피와 물질의 보존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건의 연구를 실시했다. 한 연구에서는 기다란 비커에 일정한 양의 액체를 부은 다음 똑같은 양의 액체를 짧고 넓은 비커에도 부어 넣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어떤 비커에 들어 있는 액체의 양이 더 많은지를 물었다. 전조작기의 아이들은 길고 가느다란 비커에 담긴 액체가 양이 더 많다고 주장했지만 전조작기를 거친 좀 더 나이 많은 아이는 두 개의 비커에 담긴 액체의 양이 똑같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아이에게 똑같은 크기의 둥근 찰흙 공을 준 다음 아이가 보는 앞에서 한 개의 찰흙 공을 길고 가느다란 막대기 모양으로 만들었다. 둥근 찰흙 공과 막대기 중 어느 것이 더 크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은 찰흙 공으로 막대기를 만드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길고 가느다란 막대기가 더 크다고 대답했다. 이 아이들에게는 변형된 물체의 부피와 물질이 보존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었다. 피아제는 숫자와 개수, 중량의 보존을 연구하기 위해 비슷한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전조작기에 들어선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물체를 조작할 수 있지만 완전하게 조작하지는 못한다. 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할 수 없는 조작에는 몇 가지가 있다. 아이들은 역방향으로 조작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물체가 형태를 바꿨다가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형태가 바뀌어도 부피와 물질은 보존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분산시킬 수가 없다. 아이들이 한 번에 물체의 한 가지 특성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높이에 집중하거나 넓이에 집중할 수는 있지만 높이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넓이에도 집중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아이들은 길고 가느다란 물체의 부피가 짧고 굵은 물체와 같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긴 물체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체적 조작기는 만 7~11세가량까지 지속된다. 이 단계는 프로이트의 잠복기와 에릭슨의 근면성 대 열등감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물리적인 세상에 대한 기본 법칙을 습득하며 공간과 시간의 법칙을 이해한다. 이 단계의 특징은 부피, 물질, 숫자와 같은 물리적인 특성의 보존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는 또한 분산 능력이 생기는 시기다. 아이는 한 가지 특성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아이는 물체가 가진 몇 가지 특성을 조합하여 물체가 변하는 방식과 형태를 유지하는 방식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피아제는 만 7세가 되는 아이는 무리한 세상에 대한 기본 법칙을 습득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부모를 떠나 혼자 살 정도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배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학교에서 학업 능력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부족 사회의 경우, 이 나이대의 소년들은 어머니의 집을 떠나 성인 남자들과 좀 더 큰 소년들이 머무는 공동 주거 시설로 옮겨간다. 중세 유럽에서는 소년들이 일곱 살부터 일을 시작했다. 따라서 에릭슨이 이 시기를 근면성 대 열등감의 단계라고 부른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세상에 대한 기본 규칙을 배웠으므로 일의 기본 규칙을 배울 차례가 된 것이다.
형식적 조작기는 12세가량부터 시작된다. 이 나이는 모든 면에서 엄청난 변화와 발달이 이루어지는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때다. 피아제가 강조한 것처럼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많은 변화에는 상당한 인지 변화도 포함된다. 청소년은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구체적 조작기의 아이들은 실제로 벌어지는 물리적인 사건에 대해 판단할 수 있지만 가능한 사건이나 가상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는 그만큼 효과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구체적 조작기의 아이들은 현재나 사실적인 사건만 판단하는 제한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실제적인 것 대신 가정과 가능한 것에 대해 추론하는 능력이 늘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아동보다 더 많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 청소년은 계획을 세우고 자기 행동에 대한 결과를 생각할 수 있으며, 문제에 대한 여러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고 아이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세상과 타협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종교적 믿음이나 정치적 신념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정치적 운동을 인식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가진 정치적 신념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형식적 조작 사고를 갖추지 않는 한 자기만의 신념을 가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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