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우리에게 기아, 약탈, 고독, 그리고 혼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다른 모든 나쁜 것들을 막아 주는 존재이다. 우리는 안전, 생계, 단결 등을 타인에게 의존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타인이 없을 때 확연하게 모습이 드러난다. 사회적 배척은 우리의 자존심을 박살 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도 위협한다. 사실상 고립되고 고독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 다양한 종류의 신체적 질병에 취약해지게 만든다. 타인의 호감, 수용,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강력한 동기인데, 다른 동기와 마찬가지로 이것 또한 우리가 사회 영향 앞에서 약해지게 만든다. 이러한 영향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규범적 영향
아마도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앞쪽을 바라보고 서 있어야 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단 두 사람만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까지 얘기를 나누었다고 하더라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인데, 이 경우 사실은 말을 해도 되고 얼굴을 측면으로 하고 있어도 되지만, 여전히 뒤쪽을 향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규칙이 흥미를 끄는 것은 이런 규칙들이 매우 정교하게 되어 있는 것인데도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누구도 이처럼 복잡한 엘리베이터 에티켓을 가르쳐 준 사람이 없지만, 그런데도 그 규칙들을 제대로 습득하고 있다. 사회 행동을 규제하는 이 불문율을 우리는 규범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한 문화권의 구성원들에게 널리 공유되는 관례적인 행동 기준이다. 우리는 규범을 너무나 힘 안 들이고 배우며 너무나 충실하게 그 규범을 지키는데, 이는 우리가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규범에 대한 우리의 노예와 같은 헌신은 영향에 대한 강력한 지렛대가 된다. 규범적 영향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 무엇이 적합한 행동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이 정보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줄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모든 인류의 문화에는 상호성 규범이 다 들어 있는데, 이것은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을 준 사람에게는 그것을 되갚아야 한다는 불문율이다. 주차장에서 어떤 낯 모르는 사람이 점프 케이블로 당신 차의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면, 당신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호의를 되갚지 않으면 사회적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당신의 휴대전화를 좀 쓰겠다고 했을 때 이를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친구가 점심을 샀다면, 아마도 이를 곧 되갚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고, 그래서 "다음에는 내가 살게"라고 하든지 또는 이러한 의미를 담은 말을 할 것이다. 사실상 상호성 규범은 너무나 강력해서, 연구자가 전화번호부에서 아무 이름이나 무작위로 뽑아서 그들 모두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더니 거의 모든 사람이 크리스마스카드 답장을 보내왔다. 사회 영향 기법 중의 어떤 것은 바로 이 상호성 규범을 활용한 것이다.
상호성 규범에는 항상 교환이라는 것이 내포되어 있는데, 그 교환이 항상 호의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전박대 기법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방법이다. 실제로 원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상대방에게 요구한 후, 그가 그 요구를 거절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다음에 원래 요구하려고 했던 것을 요구한다. 이 방법은 애교를 부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현장 견학을 떠나는 청소년들을 감독할 자원자를 모집하였는데, 대상 학생들의 17%만이 지원하였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먼저 그 대학생들에게 비행 청소년 단기 수용소에서 매주 두 시간을 2년 동안 봉사할 자원자를 모집한 다음, 고교생 현장 견학 감독 자원자를 모집했을 때 그 학생들의 50%가 지원하였다. 여기서도 마인드 버그가 작용하였다. 사람들은 두 번째 요구를 맨 처음에 들었었다면 선뜻 응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들이 첫 번째 요구를 거절하였기 때문에 그 두 번째 요구에 더 많이 응하게 된 것이다. 연구자는 처음에 큰 요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 요구를 학생들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러면 연구자는 조금 양보해서 좀 더 작은 요구를 한다. 연구자가 양보했으므로 상호성 규범은 학생들이 그들도 역시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동조
사람들은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규범을 상기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나 만찬 자리에서 작은 포크가 새우를 먹을 때 쓰는 것인지 아니면 샐러드를 먹을 때 쓰는 것인지를 알아낼 요량으로 옆 테이블의 사람들을 슬쩍 훔쳐보는 자신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애매하고, 혼동되고, 처음 접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규범을 정의해 줌으로써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동조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인데, 이것은 일부 규범적 영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한 고전적 연구에서, 솔로몬 애쉬는 실험 참가자가 보통의 실험 참가자로 꾸민 7명의 잘 훈련된 실험 협조자들과 한방에 앉도록 한다. 실험자는 참가자들에게 세 개의 선분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보여 주면서 그들이 할 일을 이 세 개의 선분 중에서 어떤 것이 다른 카드에 그려져 있는 '기준 선분'과 길이가 같은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실험자는 이 카드를 들고 방 안을 돌아다니면서 각 참가자에게 순서에 따라 큰 소리로 대답하게 한다. 진짜 피험자는 맨 마지막에 대답하게 되어 있다. 첫 두 시행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지만, 세 번째 시행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실험 협조자들이 모두 똑같이 틀린 대답을 한 것이다. 진짜 피험자는 어떤 대답을 하였을까? 결과를 보면 이들의 75%가 동조하여 최소한 한 번의 시행에서 틀린 답을 따라 했다. 후속 연구들도 참가자들이 규범적 영향에 굴복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컨대 이런 상황에서 실험 협조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피험자들은 더 많은 수가 동조하였다. 그러나 만약 한 명이라도 실험 협조자가 동조하지 않으면 피험자들의 동조율은 뚝 떨어졌다. 피험자들이 실제로 선분의 길이를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니며,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잘못된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적 인정받기 위하여 자신이 믿지 않고 있는 것을 맞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어떤 것이 적절하고, 적합하며, 기대되고 수용되는가를 우리에게 말해 주는데, 다른 말로 한다면 그것은 규범을 정의해 주는 것으로서, 일단 규범이 정해지고 나면, 사회적 인정에 대해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규범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엄청난 압력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애리조나주 템피시의 한 홀리데이 인 모텔에서 타월 재사용을 권유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문구의 '메시지 카드'를 투숙객의 화장실에 놓아두고 손님들이 타월을 매일 갈아 달라고 하는지 아니면 재사용을 하는지를 살펴보았는데, 결과를 보면 그 메시지 카드 중 "75%의 손님들이 타월을 두 번 이상 재사용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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