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과 행동주의가 심리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던 1950년대에 인지주의라는 새로운 심리학의 싹이 돋아났다. 인지주의는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사고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핵심적이라는 입장을 뜻한다. 개인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마음속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적 요인을 밝히는 것이 심리학의 중요한 과제이며 인간 행동의 이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무의식과 동기적 요소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의 남발로 인해서 과학적 검증이 어려웠다. 이에 반발하며 과학적 연구를 강조하는 행동주의 이론은 신념이나 사고와 같은 인지적 요인을 배제함으로써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설명하는 데 심각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1950년에는 인간의 인지적 측면을 설명하고 측정하는 이론과 연구 방법이 발전하면서 소위 인지 혁명이 일어났다. 이러한 인지 혁명의 결과로 인간의 지각, 사고, 기억, 판단, 문제 해결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이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격과 정신병리를 인지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인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성격의 핵심은 개인이 자신과 세상을 심리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에 있다. 인간은 객관적 현실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여 주관적 현실을 구성하고 그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능동적 존재다. 사람마다 자신과 세상을 구성하는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생활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따라서 개인의 성격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구성 개념이나 신념,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특정한 행동을 유발하는 사고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George Kelly는 인간의 성격을 인지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자 했던 최초의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다. Kelly는 대학에서 물리학, 수학, 사회학, 교육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시에는 항공 심리학자로 활약했으며 이후에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임상심리학 주임교수로 재직하면서 개인적 구성 개념이론을 발전시켰다. Kelly에 따르면, 인간은 세상을 나름대로 구성하는 존재다. 인간은 자신이 생활하는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인지적 구성 개념을 창조하고 그러한 구성 개념에 근거하여 생활사건을 해석하고 예측한다. 인간은 현상을 관찰하고 나름의 개념과 이론으로 세상을 탐구해 나가는 과학자와 같다. 모든 사람은 각자 독특한 구성 개념을 지니며 그 바탕 위에서 사건을 이해하고 예견하며 삶을 영위한다. 따라서 개인의 성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가 세상을 해석하고 조직화하는 독특한 인지 체계의 개인적 구성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 개념은 개인이 세상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주요한 차원이자 인식 틀을 의미한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사람마다 달리 행동하는 이유는 그들이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세계 인식의 공통된 기초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개인마다 독특한 구성 개념을 지니고 살아간다. 인간 세계에서 의견 차이로 인한 논쟁과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도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다. 개인이 지닌 구성 개념이 그 사람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그 적응성을 평가할 수 있다. Kelly는 과학자로서의 인간을 가정한다. 모든 인간은 아마추어 과학자로서 자신의 구성 개념에 근거하여 사건을 해석하고 예언하며 통제한다. 과학자가 자신의 이론을 구성하고 검증하듯이, 인간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나름의 개념과 이론체계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그 기반 위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면서 자신의 구성 개념을 재검토하며 인생을 영위한다. Kelly에 따르면, 구성 개념의 적응성은 그것이 상황을 얼마나 잘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가에 달려 있다. 적응적인 사람은 자신의 구성 개념을 그들이 경험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새로운 정보에 알맞도록 지속해서 개정하고 새롭게 한다.
Kelly의 이론은 그가 구성적 대안 주의라고 부른 철학적 입장에 근거하고 있다. 구성적 대안 주의란 세상을 구성하는 방식에는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며 개인은 자신의 구성 방식을 다른 대안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그것에 부합하는 구성 개념을 발달시킨다. 개인은 새로운 사람과 상황에 직면하면 구성 개념의 목록을 확장하거나 수정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이러한 구성 개념의 수정을 지속해서 일어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적응적인 삶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Kelly는 개인의 구성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서 역할 구성 개념 목록 검사를 개발했으며 부적응적인 구성 개념의 자각과 변화를 촉진하는 고정 역할 치료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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